[재배소년] 초능력 씨앗 별 것 없는 이야기
- 재배소년
- 2017. 1. 24. 16:46
초능력 씨앗, 별 것 없는 이야기
병실 안, 사방이 조용하다. 그 공간이 늘 그렇듯 음침하게 속삭이는 유령들이 지나갈 것 같은 풍경 속은 쥐죽은듯 생동감 하나 찾아 볼 수가 없다. 흔히들 말한다. 이곳은 죽은 시체들이 묻히는 보이지 않는 최후의 무덤이라고. 누군들 이곳에서 죽고 싶겠는가. 비참하고, 병들어서, 손하나 까딱할 수 없이 사지가 묵여 최후의 심장이 찔려 고통 속에 숨지는 자들이 그득할텐데. 누군들 이곳에 묻히고 싶겠는가. 아무도 원해서 오는 자는 없다. 암흑의 구덩이로 빠트리는 흉악한 악의 손길에, 원인도 모를 병명을 듣고, 슬픔에 잠긴다. 원망하고 혹은 분통이 터지겠지. 날 이렇게 만든 건 도대체 누굴까. 힘없는 목소리로 속삭여보지만, 아무도 대꾸해주지 않는다. 빈 공간에 공기가 다시 돌아올 뿐이지. 그를 이렇게 만든 건 대체 누구일까. 신일까, 악마일까. 신이면 구원을 해줘. 아닌가. 그래, 내게 신같은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올리가 없지. 혹시 그대가 악마면 내 영혼을 줄게. 제발 여기서 나를 꺼내줘.
포그는 울부짖었다. 그의 힘없는 손을 통과한 주사바늘이 그의 경련에 따라 애처롭게 흔들린다. 안그래도 핏기 없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정말 악마에게 힘이라도 빼앗긴 듯 더할 나위 없이 야위어 간다. 정맥을 통과한 주사바늘의 끝을 포그는 힘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이 병실에 갇혀버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포그의 속눈썹이 날짜를 세며 가느다랗게 떨린다. 300, 301..... 의미없는 숫자의 나열에 그조차도 지쳐간다. 하나, 둘..... 처음부터 다시 세보면 어떨까.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래, 조금만 조금만 버티면.... 정말 이 말도 안 되는 힘이 언젠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지도 몰라. 그래. 아니, 정말 그럴까?
기어이 허탈한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이제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마냥 얌전해질꺼라니 내가 드디어 정신이 나간걸까. 그 누구보다 내 자신을, 통제 못하는 내 안에 잠긴 괴물을 알고 있는데. 마냥 쉽게 나를 놓아줄 턱이 있나. 이 끈질긴 악마는 나를 지옥 끝까지 따라올테지. 찰거머리처럼 어느샌가부터 그와 공생해왔던 미련한 괴물.
포그의 공허한 눈이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 파묻힌 정면을 응시한다. 마치 지옥 끝을 바라보듯. 아닌가. 그러기엔 그 눈에 어떠한 무언가도 담겨있지 않다. 자신의 추악한 환경에 대한 분노도, 두려움도, 그의 새하얀빛에 가까운 눈동자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다.
"그래, 바보 같아."
무의미한 단어를 열거한다. 그사이로 그의 입에서 차가운 입김이 흘러나온다. 포그는 이를 가만히 응시했다. 아무것도 아닌데도 열심히 보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게 분명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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