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소년] 초능력 씨앗 최초의 시작
- 재배소년
- 2017. 1. 24. 18:48
초능력 씨앗 최초의 시작
별 것 없는 이야기의 과거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포그가 어느 시점에서 힘을 가지게 되었을까, 상상을 하며 써보았어요.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 조절할 수 없는 폭력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통제받고 갇히게 되는 포그의 이야기입니다. 재배소년 공식 초능력 씨앗 스토리와는 상관없을 수 있겠네요. 그냥 덕질이나 하는 차원에서 써봅니다.
"이 아이였던가."
남자의 목소리가 차갑고 고저없이 시체마냥 새하얗게 질린 소년을 보며 일갈했다. 많아봐야 열둘, 열셋 그정도 됐을까. 소년의 앳된 얼굴이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듯 창백하게 질려있다. 분명히 차가운 수술대 위에 몸을 뉘이고 의식없이 꿈속을 헤메이고 있을 게 분명한데, 그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하다.
남자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손에 들린 차트를 휙휙 넘긴다. 무언가 맘에 들지 않다는 듯, 무감정한 행위가 일정하게 두어번 오가더니 어떤 장에서 시선을 멈춘다. 원체 표정이 없는 작자의 표정이 처음으로 놀랍다, 라는 감정을 표하려고 하는 듯 눈동자의 동공 크기가 확장되었다.
사실 남자는 이 소년을 오늘 처음 보는 게 아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그의 관찰대상이었다. 아니, '그의'라고 하면 안되겠지. '그들의'가 맞는 표현일테다. 어쨌든 이 소년이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감시 겸 보호 겸 관찰 대상으로 떨어진 건 확실했다. 소년은 그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탯줄을 끊고 나왔을 때부터 특별했다. 겉보기엔 그저 다른 갓난아이와 다를 바가 없을테지만, 남자 자신은 그 누구보다 그가 다른 것을 알았다. 이 아이가 어떤 능력을 가졌고 괴물이 될 수도 아주 유용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 또한 그러했기 때문이다. 소년처럼 태어났을 때부터 특별했고, 소년처럼 지금의 자신과 같은 감시인이 있었다. 그래, 모든 게 똑같아서 더 짜증이 일었다.
"젠장."
이래서 이딴 교도관 같은 감시자 역할 따위 하고 싶지 않았어. 자신이 무슨 말을 뱉어냈는 지 모를 정도로 그는 흥분해있었다. 그가 응시하는 차트 종이에는 소년의 이름인 듯한 '포그' 라는 딱딱한 활자체 옆으로 사나운 필기가 되어있었다.
[OO년 OO월 OO일 능력 폭주. 위험 등급 분류.]
짤막한 필기였지만,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이는 통보였다. 소년에게 가장 잔인하고 강제적인 통보. 소년은 이제 갇힐 것이다. 언제 나올 지 모를 그 끔찍한 새장 속에.
*
툭, 툭, 툭... 빗방울이라도 떨어지고 있는 걸까. 이상하다. 일기예보에는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 포그는 자신을 깨우기라도 하는 듯한 빗방울 소리에 오랜 잠에서 눈을 떴다. 뭐지, 낯선 천장인걸. 난 분명히 학교에서 오는 길이었고... 그 다음은... 생각을 멈추라고 하는 듯 머리가 찌르르 울렸다. 윽 하는 단말마 소리가 비명처럼 자연스레 흘렀다. 이상할 정도로 두통이 일었다. 가끔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처방받아 먹곤 했지만, 이렇게 아픈 통증은 처음이었다. 통증을 이겨내려 억지로 머리를 머리카락채 움켜쥔다. 아파... 포그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포그를 찍어내리는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뒤늦게 머리를 움켜쥔 자세 그대로 있어 다리에 쥐가 난 사실을 깨닫고는 주섬주섬 이불을 걷어내고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문득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포그는 순식간에 자신의 모든 동작들을 멈추었다. 그리곤 팔목을 당겨대는 이물감을 느끼곤 시선을 그리로 휙 돌렸다. 동맥이 찔려져 있었다. 주사바늘로. 그것도 여러번. 포그는 멍해졌다. 현실감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사바늘...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물건이다. 그저 과학시간에 선생님이 그를 들고 '자, 따라해보세요~' 하며 들었던 뭉툭한 주사기가 아닐까. 과학실에서 자주 보았던... 하지만 포그는 곧장 그 사실이 아님을 인지 하였다. 드라마에서 의학용품이라고 주절거리던 장면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실로 병원에 가야 볼 수 있는, 진짜 환자에게 사용하는 날카롭고 전문적인 어떤 기구가 자신의 살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포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혹시 내가 집으로 가다 쓰러졌나. 그래서 119에 실려 병원으로 왔고.. 가장 현실성 있는 가정을 생각해내자마자 포그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래, 그런걸꺼야. 왜 바로 그 생각을 못했지? 바보같이. 포그는 슬며시 올라오는 원인모를 불안감을 애써 떨치고는 밝게 웃었다. 자신은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온 것일테고, 사랑하는 제 가족들이 곧 이곳으로 오겠지. 아니면 이미 와있을 수도 있고. 그 생각에 조금은 병실 안이 편안해진 포그는 링겔대를 쥐고 천천히 일어났다. 누가 갈아입혔는 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병원옷을 입고 있었다. 약간 넉넉한 사이즈였던지 바지가 허리에서 살짝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리 보기 흉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활동하기 편하여 포그는 소소한 만족감을 느꼈다. 얼마만에 일어난거지. 삐걱거리는 몸을 억지로 세워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비록 신발같은 것은 없어서 맨발로 바닥을 걸어야 했지만, 상관은 없었다. 걷는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니까.
병실 안은 고요했다. 처음보는 낯선 환경이 어색해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더 살펴보려 했지만 상상했던 병실 속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금새 질려버린 그는 더 따뜻한 구석을 찾기 위해 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삭막한 풍경화가 그려진 액자 속 그림이 눈에 띠었다. 삭막한 병실에 이런 삭막한 풍경화라니. 병실 안이 오히려 더 침잠되어져 보였다. 자꾸만 자신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착각이 일었고 두려움의 감정을 건드는 듯 하자, 포그는 이곳을 그저 빨리 나가고 싶었다. 병실 문쪽으로 방향을 돌린 포그는 느리지만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걸어갔다. 문 앞에 당도했고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 철컥.
왜 안 열리는 거지. 철컥. 철컥. 철컥. 내 힘이 부족한걸까. 철컥. 철컥. 철컥. 설마....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두려움이 포그의 눈 앞을 장식했다. 갇혔다. 단순히 내가 힘을 못써서 문을 못 열 수도 있지만... 병원 직원들이 실수로 문단속을 잘못 했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순간 포그는 왠지 모르겠지만, 확신했다. 자신은 갇혔다. 자신이 쓰러져서 그래서 병원으로 실려와서 그렇게 자기암시를 했지만, 사실 포그는 깊은 내면 속에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은연중에 여러 사람들의 차가운 손길을 받았던 기억, 어떤 남자가 자신에게 총을 겨누며 다급한 함성을 내질렀던 기억. 그리고 자신이.... 괴물이 되었던 기억.
그 사실을 깨닫자 마자 포그는 자신의 무언가가 툭 끊기는 것을 느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힘의 제동이 풀리고, 그의 모든 힘들이 자유의지를 얻는다.
[삐- 삐- 삐- 특병 304호실 위험 경보 발생, 위험 경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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